바래진 이슬람풍의 세밀화를 표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나 작품들에는 그닥 관심도 없었고
(예외를 들자면 가와바타 야스나리,귄터 그라스정도?)
영미권 작품들이 싹쓸이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고고한척하는 아카데미의 회원들이
그럴싸한 작품에 표를 던져 뽑는 노벨상의 권위같은것도 썩 내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랫만에 대형서점에 들러 이런저런 책들을 넘겨보다 발견한
이 두 권의 소설은 뭔가 씌었었는지...목차를 보는 순간 제 관심을 끌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무라카미 류노스케가 쓴, 그의 다른 작품과
색다른 맛이 있는 '교코'를 읽어보신 분이라면 '내이름은 빨강' 역시
저처럼 흥미를 느끼시리라 생각해봅니다.
이 작품의 특징은 각 챕터가 독립된 독백으로 나열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배열되어 있지만 플롯을 서술하는 화자가 챕터마다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사건에 대해 다른 견해를 보이기도 하고, 혹은 독자를 은근히
작품속의 세계로 이끌어 가려는 듯, 캐릭터와 독자간의 간격을 반복해서 재확인
시킨다는 점에서 흡인력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이야기의 뼈대는 오스만투르크 제국시대
술탄을 위해 장식화와 공예로 가득찬 책을 만드는 세밀화가 길드 내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화원 내부에서
살인자를 찾기위해 혐의가 있는 용의자를 좁혀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이야기 속 이야기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꾼의 만담이라거나 반복해서 소개되는
터키의 옛이야기와 전승되는 왕가의 역사에 대해 좀 더 아는 것이 있다면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게르만 민족이나 라틴계열의 전승설화나 역사에 대해서는 많은 자료를 접할 수 있고
교과과정에서 배우는 세계사에서도 이슬람 문화권에 대해서는 다루는 분량이 워낙
미약하기 때문에 무슬렘에 관심이 있다거나 아랍문화에 심취하지 않는 이상
이런 이야기는 낯설게만 느껴지게 마련이지만, 상식이 없는 상태로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책을 빨리 읽어치우는 분이 아니시라면 바로 읽어보지는 마시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할일이 없을때 느긋하게 책을 펼치면
커플들의 크리스마스따위는 금새 지나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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