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암비는 2000년 AL MVP를 먹고 2001년 MVP 2위(지만 성적은 커리어 최고 시즌)를 기록한 다음해 뉴욕 양키스에 입단을 하게 됩니다. 그당시 지암비의 합류로 양키는 티노 마르티네즈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웠다...라고 큰, 정말 큰 착각을 하게 되는데요.
오클랜드에서 매년 130경기 이상을 1루수로 뛰던 지암비를 보고 써도 되겠거니 싶었던 양키스는 첫해부터 뜨악한 수비에 1년에 최대 90경기 정도만 울며 겨자먹기로 써먹지만 지암비는 거의 10경기당 1개씩의 수비실책을 '1루'에서 기록하게 됩니다. 그리고 1루수는 수비 못해도 타격으로 커버 된다는 속설이 무색한 장면이 속출하게 됩니다.
이즈음 양키스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A로드와 데릭지터, 노마가르시아파라 라는 새로운 유격수 트로이카 중에서 무려 두 명을 데려오게 되는데 데릭지터가 뉴욕에서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때문에 A로드는 지터보다 뛰어난 선수였음에도 3루로 보직을 변경합니다. 아래부터는 두 선수의 1루수에 대한 수비차이를 비교하는 쪽으로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1. A로드
A로드의 텍사스에서의 2002~2003 2년동안 UZR은 무려 25.2나 됩니다.
(2002 12.8, 2003 12.4)
거의 ML 최고수준의 유격수 수비를 보여주고 있었던 선수가..
양키로 이적해서 3루에 대한 적응이 부족했다고는 하지만 2004년을 제외하곤 전부 마이너스의 UZR을 기록하게 되는데 이중 백미는 2006년의 -14.1이라는 최악의 기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해는 공교롭게도 지암비가 불과 480 수비이닝동안 11개의 기록적인 에러를 '1루'에서 범했던 해이기도 합니다.
이후 MLB 최정상급의 수비력을 가진 텍셰이라로 1루가 바뀌게 되자 A로드의 UZR은
2009년 -6.0
2010년 -1.8
2011년 11.0 (!!)
으로 급격한 반등을 이룩하게 됩니다.
그냥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끊어서 엉덩이 부상이 나아진 나머지 수비가 나아진 걸까요?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었을까요.
2. 데릭 지터
지터도 A로드라는 먼치킨급 선수와 노마의 초창기에 약간 저평가 받긴 했었지만 ML 최고수준의 툴를 겸비한 5툴 플레이어입니다. 그러나 그에게도 시련이 찾아왔으니..
불행하게도 지암비가 양키스에 합류한 2002년부터 UZR을 측정가능하게 된 관계로 지암비와 텍셰이라의 차이점을 밝히는데 주력했습니다. 참고로 지터는 1974년 생이며 아래는 연도별 데릭지터의 UZR입니다.
2002 0.9
2003 -4.0
2004 -0.7
2005 -14.9
2006 -7.3
2007 -17.9
2008 -0.3
2009 6.4
2010 -4.7
2011 -6.5
숫자에서도 알수 있듯이 텍셰이라의 합류가 당시 35살이던 지터에게 7년만에 양의 UZR을 안겨준 것으로 보입니다. 그 뒤로는 나이에 의한 자연스런 노쇠현상이라고 볼수 있겠구요.
혹시라도 2004년과 2008년을 예로 들면서 지터가 그냥 못했던거 아니냐라고 하실수도 있으시겠지만 '또'다시 공교롭게도 지암비가 2004년에는 375이닝만 뛰었습니다.. 지암비의 마지막 양키스 시즌인 2008년에는 900이닝 가까이 뛰면서 지암비의 양키스 커리어 사상 최다 어시스트인 36개를 기록했는데, 2002년을 제외하곤 20개의 어시스트도 기록하지 못했던 지암비였음을 생각해본다면 회광반조라고 보는 쪽이 신빙성이 있을것 같네요.
그리고 물론 지암비를 900이닝동안 1루수로 쓴 양키스는 1995년 이후 최초로 AL동부 3위로 디비전시리즈조차 진출하지 못하게 됩니다. (1995~2011 사이 양키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유일한 시즌)
총론
실제로 양키스의 팀 수비는 지암비의 입단 이후 가파르게 내리막을 타게 되고 2000년 우승과 2001년 WS 진출로 다시 한번 재기를 노리던 양키스는 지암비의 영입으로 다시 한 번 패권을 노리게 됩니다. 그러나 지암비의 여파는 너무나 커서 그가 때린 홈런과 얻어낸 볼넷으로는 커버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사람들은 '왜 A로드가 저딴식으로 수비할까', '지터가 저런 선수가 아니었는데'라고 생각하며 궁금해 했지만 무려 7년이 지나 텍셰이라의 영입으로 비로소 진짜 문제가 어디에 있었는지 알아내고 바로 그해 WS 우승을 하게 됩니다.
모든 1루수가 푸홀스나 티렉, 멀게는 키스 에르난데스같은 환상적인 수비력을 가지고 있진 못하지만 그래도 지암비만큼 팀의 많은 것을 바꾸진 못했던걸 보면 수비도 정도껏 못해야 써먹을수 있다는 훌륭한 교훈을 오늘도 얻을수 있겠습니다.
보고있나 이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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