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알았다니까 이 게임만 끝나고 나간다고!"
책상 한쪽에 놓여진 담배갑과 라이터에 손을 뻗는다.
"씨발 돗대네...."
시선은 여전히 매칭 중인 화면에 고정 중인채로 들을 사람도 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려본다. 또 방에서 담배 피운걸 아버지가 알면 한바탕 난리를 치겠지만 대충 피우고 환기시키면 되겠지 뭐. 당장 게임이 안풀리니 나중일 까지 생각하기는 귀찮다.
게임이 시작되고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아군 탱크들이 미니맵에서 사라져간다.
"씨발 좆밥 새끼들이 진짜.....아우"
그 와중에 아군 지역을 쏜살같이 통과해서 달려가는 적 경전 한대가 보이고 그나마 마지막 희망이었던 자주포마저 놈에게 농락당한다. 아군 중전이 느릿느릿 언덕을 올라가지만 이미 자주포들은 고철로 돌아간 뒤였다.
"씨발...진짜....아...이 개새끼!!"
"일인아 무슨 일이니?"
"아 신경끄라고! 곧 나간다고!"
씨발새끼 씨발새끼 좆밥새끼....속으로 되뇌이며 키보드를 부서져라 두드린다.
독일인[DCWTF] : 씨발 경전 잡으라고
독일인[DCWTF] : 몇번을 말하냐
독일인[DCWTF] : 자주포 다 죽고나서 쳐 올라가네
여전히 묵묵부답. 욕지거리를 섞어가며 몇마디를 더 쏘아부쳐보고, 대충 게임이 마무리가 될때서야 상대방도 드디어 흥분한듯 채팅을 시작한다. 좋아 그래 한판 붙어보자 병신새끼.
........
뭐? 레이팅? 일인이의 눈이 순간 빛난다. 상대방은 분명히 어림잡아 대충 쏟아낸 얘기겠지만 나는 다르다. 이미 레이팅, 승률, 필요한 팩트들은 내 화면안에 밝은 글씨로 표시되어 있다. 너 이새끼, 딱 걸렸어. 좆밥새끼 박살을 내줄께.
게임이 끝나고 차고 화면에서 재빠르게 놈의 아이디를 찾아 친구 추가를 한다.
독일인[DCWTF] : 뭐 레이팅이 어째?
독일인[DCWTF] : 내 레이팅이 얼만지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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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씨발 새끼가 진짜!!! 씨발놈 이딴식으로 도망가면 내가 못잡을 줄 알아? 즐겨찾기 되어있는 눕미터를 열고 놈의 아이디를 입력한다. 상대가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차단했다는게 조금 분하지만 상관없다. 모든 팩트와 자료들이 내가 추측한 바대로, 놈이 아이디를 산 탱저씨라는걸 가리키고 있다. 오히려 더 잘된 일이다. 사사게에 스크린샷과 리플레이까지 올리면 완벽한 팩트의 완성. 이건 내가 이긴 싸움이야....
"일인아 아직 멀었니, 밥 먹으라니까~"
"아 씨발 좀 알았다고 냅두라고!!!"
"......."
흥분한 탓일까,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에게 욕을 해버리고 말았다는 사실이 조금 마음에 캥기지만 시선은 여전히 밝게 빛나는 모니터 화면에 박혀있다. print screen 버튼을 누르고 그림판을 열어 붙여넣기를 한다. 누가 이런 집구석에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나. 왜 다들 나만 가지고 그러는거야. compare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놈의 폭락한 레이팅을 보여주기에는 별로일 것 같다. 차라리 씨발 간지나는 독일 코쟁이로 태어났으면 좋았을텐데. 두 장의 스크린샷을 편집한 후 저장을 누른다. 그러면 나도 좀 다르게...지금과는 다르게 살고 있었을 것 같은데.....
<일주일 후 >
사사게 게시물에 몇몇 사람이 동조하는 리플을 달아주었다. 둘 다 병신이라고 까는 리플도 있지만 저런 분탕종자 놈들이야 어디에나 있는 법이니까. 타율이 제법 나쁘지 않다. 정작 당사자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지만 그건 상관없다. 팩트가, 사실들이 모두 나의 승리를 가리키고 있다. 그거면 충분하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 오늘도 내 지난 게시물을 확인해 보는 순간, 어...? 이새끼....이새끼가 그 새낀가? 일인이의 눈에 들어온 그 리플은 바로
월오탱 | 294명이 읽었어요. 3.149.23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