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식을 삶아서 만든 덩어리와 어디서 났는지 알 수조차 없는 움직이는 풀, 썩은 냄새가 나는 정체 모를 알, 살아서 자신을 쳐다보며 입을 뻐끔거리고 있는 머리를 제외하면 뼈만 남은 생선까지. 전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분명 어제만 하더라도, 윤기가 흐르는 먹음직스러운 빵과 거기에 발라서 먹을 꿀잼, 입 안에서 통통 튀는 씹는 맛이 살아있던 잘 구워진 고기, 적어도 움직이지 않는 구운 야채, 향긋한 향이 났던 달달한 음료까지 나왔었고, 그 전에도 그 이전에도, 언제나 항상.
그의 식사가 지금처럼 만족스럽지 못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분명 누군가 감히 미쳐서, 미쳐도 단단히 미쳐서 그의 아침을 망쳐 놓은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어쩌면 이게 정말 맛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고, 여기에는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 답지 않은 생각을 했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뭐든지 할 수 있고, 자신이 소유한 나라의 그 어떤 자보다 강했으며, 대부분의 마법과 지식을 익힌 스투피두드에서는 그야말로 신과 같은 존재이며, 다른 나라에서 섣불리 침공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는 인물이기도 했다.
농담 조로 스투피두드에는 병사가 필요 없고, 왕이 곧 스투피두드의 힘 그 자체라는 이야기를 하는 자들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 그에게 있는 치명적인 단점 중 하나인 인내심의 문제를, 언제나 단 칼에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베어버리고 구워버리던 듀란 켄드릭이 인내심을 발휘한 것이다. 그에게 그런 것이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말이다!
듀란 켄드릭은 불만스러운 눈초리로 식탁에 턱을 괸 채 곰곰이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음식 담당을 자른 것이 언제였지.'
잘랐다는 표현은 직설적인 의미다.
'나에게 이런 식사를 그것도 아침부터 내밀다니, 이런 적은 단 한번도 없었을 텐데.'
말도 안되는 일에 인내에 고뇌까지, 이 놀라운 광경을 식탁 위의 생선이 뻐끔뻐끔 입을 여닫으며 멍청한 눈으로 왕을 쳐다보다가 서로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듀란 켄드릭은 눈을 살며시 감고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후, 코로 숨을 크게 들인 후, 다시 길게 내쉬었다.
"오늘 이걸 내온 자가 누구지?"
담담한 말투로 그가 식사를 마치길 기다리고 있는 시종에게 말했다. 그러자, 아무도 이름을 기억하지 않을 시종이 다가와 두려움에 벌벌 떨며 말했다.
"하, 하, 하, 하인, 하인리, 하인리크이, 입니다."
"하인리크이? 하인리크라면 들은 기억이 있지만 하인리크이라는 녀석은 들은 적이 없다."
"하, 하인리... 하인리크입니다!"
"그런데 왜 하인리크라고 했지?"
"너무나 기, 긴장해서... 그렇습니다."
듀란 켄드릭은 눈을 뜨고 자신 앞에 벌벌 떠는 자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가 고개를 푹 숙이며 시선을 피했다.
"왜 나를 보지 못하느냐."
"감,감히 쳐다보지 못, 못하겠습니다."
"이전에 있던 시종은 어디로 갔지?"
"그, 그것이..."
시종은 새파랗게 얼굴이 질린 채 대답을 마치지 못했다.
"아직 어려 보이는군. 네 아비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듀란 켄드릭은 바로 앞에 있는 시종이 이전에 있던 시종의 아들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의 몸에서 나는 냄새와 생김새의 유사성을 봤을 때 확신한 것이다.
"모, 몸이 아... 안... 제발 살려주십시오!"
앞에 있는 어린 시종이 말을 하다 말고 급하게 자신 앞에 넙죽 엎드려 외쳤다. 하지만 지금 이 아이가 한 행위는 듀란 켄드릭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됐다. 이미 알고 있다. 어차피 내게 도망갈 것이었으면 너를 시종으로 보내지도 않았을 것이고, 내게 얼굴을 비추지 않는 것은 절대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 따라서, 지금과 같이 벌벌 떠는 젖 비린내 나는 녀석이 온 것이겠지. 네 아비한테 전해라."
"적어도 오줌 지리지 않을 새끼를 보냈어야지. 머저리 놈아. 이렇게 말이다. 그리고 그 병이 다 낫거든 바로 오라고 해라. 만약 바로 오지 않거든 네놈이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서 그런 것으로 알고 모두 잘라버리겠다. 당장 일어나서 집으로 꺼져라."
시종의 아이는 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 자리에서 냅다 뒤로 뛰어 달려갔다. 그런 후에도 듀란 켄드릭은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고 뻐끔거리는 생선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소리쳤다.
"당장 내 앞으로 이 쓰레기를 가져온 자식을 데려와!"
잠시 후, 두 명의 병사가 말라 비틀어진 듯한 자를 데려왔다. 위 아래로 하얀 옷을 입고 있는 이 자가 바로 까다로운 입을 가진, 하인리크다.
"부르셨습니까."
"네가 드디어 겁대가리를 상실했구나. 그 대가리도 상실하게 해주랴?"
"무슨 말씀이신지..."
"저기 저 쓰레기들을 봐라!"
"음? 이상하군요. 전 분명 제대로 된 음식을 내드렸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인지..."
"그럼 저건 네놈이 만든 게 아니란 말이냐."
"어딜 봐도 마물의 사료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만... 전 저런 걸 만들지 않습니다."
"그러면 네놈이 만든 건 도대체 어디에 있지?"
"평소에 찾아오던 시종에게 줬습니다."
"그 놈은 오늘 아파서 나오지도 않았다!"
하인리크는 듀란 켄드릭이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도 태연하게 대답한다.
"정해졌군요. 그 자는 보이지도 않고 저는 저런 걸 내놓았다가는 어떻게 될지 뻔히 앞날이 보이는데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죠."
"내 시종으로 있는 놈도 그 정도는 알 거다!"
"역시, 예언자에게 조언을 구해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래도 그 자가 나름 현명하지 않습니까."
듀란 켄드릭은 식탁의 다리를 발로 찼다.
우당─탕──!
식탁이 기울어지고, 그 위에 올라가 있던 음식을 빙자한 쓰레기들이 떨어졌다.
"내가 쓸데없는 걸 떠드는 자에게 조언을 구해야 한단 말이냐!"
"네, 뭐. 전 그렇게 생각하는데... 가봐도 되겠습니까?"
"이놈이고 저놈이고 마음에 안 든다! 당장 사라져라!"
"그렇게 하죠."
두 명의 병사는 하인리히와 함께 밖으로 향했다.
"내 아침을 망친 놈을 찾아내겠다. 찾아내서 뜯어 먹어버릴 테다."
듀란 켄드릭은 화가 단단히 난 채로 바닥에 내팽개쳐진 뼈만 남다시피 한 물고기를 집어 옷도 갈아입지 않은 잠옷 차림 그대로 방 밖으로 나와 왕좌까지 냅다 빠른 속도로 걸어가 앉았다.
시간이 지나고, 왕의 곁으로 그의 신하들이 모여든다. 다들 들어오는 폼이 무엇이 그리 만족스러운지 꺽꺽 트름을 하며 웃고 떠들며 배를 땅땅 두들긴다.
그러다 자신들보다 먼저 왕좌에 앉아있는 왕을 마주하는 순간, 다들 하나같이 똑같은 자세로 뒤로 넘어지곤 했다. 그 모습을 보고 듀란 켄드릭은 웃을 뻔했지만, 여전히 그는 배가 고팠고 손에는 자신의 식탁 위에 올라와 있던 괴상한 생선이 들려있었기에 인상을 찌푸렸다.
계속해서 기다리자 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이 원하고 있던 이는 오지 않고 있다. 바로, 쓸데없는 것을 떠드는 자, 제레먼... 오, 저기 오는군.
제레먼은 왕이 왕좌 위에 올라간 모습을 보고도 전혀 놀란 기색이 없었고 다른 이들과 같이 트름이나 꺽꺽 하지도 않았고, 두들길 배도 없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듀란 켄드릭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손에 들려있던 생선을 땅에 집어던졌다.
빙글 빙글, 허공을 가르고 머리만 살이 존재하는 생선이 입을 뻐끔거리며 날아간다. 몇 바퀴를 돌고 돌아, 카펫이 깔린 바닥 위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뻐끔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게 무엇인지..."
제레먼은 조심스럽게 땅에서 뻐끔거리는 쓰레기를 집어 살펴보았다. 뻐끔거리는 것 말고는 평범한 음식물 쓰레기와 같아 보였다.
"내 아침에 올라왔던 놈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봐라!"
주위 모든 이가 왕의 말에 술렁인다. 감히 누가 그런 짓을 저지른단 말인가. 참으로 배짱이 두둑한 녀석이다.
"그렇다면 다음 식사 때, 재료의 준비와 조달을 직접 살펴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지금 당장 배가 고프단 말이다!"
"안타깝군요. 그런데, 평소에 보이던 시종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요?"
"몸이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 오늘 아침의 식사는 누가 조달을..."
"망할 시종이 조달을 했다고 까다로운 입을 가진 자가 내게 직접 말했다. 당장 가서 알아와! 당장! 이... 이, 망할 놈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쓸모없는 놈들만 모여서───!"
듀란 켄드릭이 왕좌에서 일어나 오른손을 허공에 뻗으니, 붉게 타오르는 검, 이른바 분노로 불타오르는 왕의 검이라 불리는 [하가란디아]가 나타났다.
이럴 때는 그 누구도 그의 곁에 있어서는 안된다. 눈치가 빠른 이는 왕이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도망쳤고, 그렇지 못한 자들 중에서도 움직임마저 둔한 이는 폭주하는 왕의 제물이 되었다.
이 날은 세 명의 둔한 이가 제물이 되었고, 제일 먼저 눈치채고 달려나간 이는 왕이 던진 생선을 손에 집고 있던 제레먼이었다.
"결국 이방인에 대한 이야기를 못 드렸군."
그는 생선을 들고 자신의 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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