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무구한 시인 천상병은 소설가 한무숙의 집에서 향수병을 양주병으로 잘못 아는 통에 양주보다 훨씬 비싼 향수를 통째 들이키는 애교 섞인 전설을 남긴다.
늘그막에 알코올 중독으로 거리에서 떠돌다가무연고자로 처리되어 시립병원에 들어간 적도 있는 김종삼은 동아방송 재직시 동료들이 퇴근한 뒤 한밤중에 스튜디오에 몰래 들어가서 소주를 마시며 홀로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곤 했다.
김동인 김찬영 등 <창조> 파는 기생집에 자주 드나들었고, 염상섭 변영로 등 <폐허> 파는 대포집을 들락거렸다.
어느날 문인 몇이 남대문에서 동대문까지 대포집마다 들러 한잔 씩 마셨다. 이날 밤빙허(현진건) 월탄(박종화)이 마신 술이 60잔, 도향(나경손)과 차상진이 70잔, 횡보(염상섭)이 100잔이었다고 한다.
염상섭의 호 횡보는 매일신보사에서 일할 때, 동료들이 거의 매일 오전까지 만취상태이던 상섭에게 술에 취해 잔뜩 비틀거리는 흉내를 내며 횡보라 장난을 쳤던 것에서 유래한다. 동료들의 애정어린 장난이 싫지 않았던 상섭은 기꺼이 자신의 호로 횡보를 받들인다. 이후 염상섭은 "나갈 길은 따로 있는데 외로 문학을 했기에 횡보란 호는 내게 맞다"고 회고한다.
상섭은 주량 못지 않은 필력으로 장편만 28편, 단편 150편, 평론 101편, 수필 30편 을 남긴다. 마음에 드는 작품만 출간했기에 그 이상일 것이다.
상섭은 백가지 술을 한 잔씩 마시는 백주회를 만들었다. 상섭의 부인은 남편의 연음을 견디지 못해 3일만에 친정으로 도망쳤다.
어느 날 염상섭(표본실의 청개구리), 변영로(논개) 오상순(폐허의 낙엽). 이관구(관촌수필) 네 주당이 모인다. 이들은 남에게 빌린 50원을 가지고 소주 한 말과 쇠고기를 사들고 지금의 성균관 대학 뒷산으로 올라갔다. 객담. 농담. 치담을 섞어 취기가 한껏 올랐을 때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문득 “우리 모조리 옷을 찢어버리자”는 오상순의 말에 모두 나체가 되어 묶여져 있던 소를 타고 내려갔다. 시내로 진출하려던 찰나 사람들에게 붙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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