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염이란다.
오줌을 심하게 참은 적도 없는데.
생활습관이 청결하지 못한것도 아닌데.
나이 때면 어련히 자연스럽게 생기는 질병이라고, 의사는 선심쓰듯 말했다.
약을 지어갖고 약국 문을 나서면서 불현듯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몸은 원래 오래오래 살게끔 디자인 되었다,
먹고 마시고 맡으면서, 그 영향에 서서히 중독되어 100살도 안되서 죽는거다, 라는.
그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는것도 아니고, 그저 지나가는 읽을거리로 스쳐 읽었던 구절이지만
그 '살면서 중독되어간다' 라는 구절이 마음에 들어 아마 기억에 남았나보다, 했다.
사람의 유전물질은 복제되면서 그 끝이 마모된다라고도 들었다.
완벽하게 컨트롤 C, 컨트롤 V가 되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꼭 그렇지도 않다는게 비극이라면 비극이다.
내 몸은 그렇게 마모되어 이제 슬슬 오작동, 비상정지를 감행하게 될거란 생각에 조금 비통해지기도 했다.
나는 안 늙을 줄 알았는데.
지하철을 기다리며 역내 의자에 앉아 흘러나오는 한숨마냥 의미없게 한마디가 나왔다.
한 때 치기어린 스물 스물다섯 시절 입버릇처럼 선언하던 한마디가 이제는 서울역 노숙자 공치사마냥
가치없이 흘러나온다.
타는 복통은 이제 가라앉아 묵직함만 남았는데,
가버린 무게의 상실감은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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