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은 어린이가 읽는다는 것을 특별히 의식하고 만들어낸 문예적 창작물을 가리킨다. 그런데 어린이가 읽는 작품을 문학으로서 인정하는 기반은 매우 허약하다. 일례로 초등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은 개작되기 일쑤이고 지은이도 밝히지 않는다. 일반 문학을 수록하는 중등교과서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대학의 문학 전공학과는 아동문학 연구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초등교원을 배출하는 교육대학에서조차 문학 일반에 관한 교과목만을 편성해서 운영할 정도다. 아동문학을 전공한 교수가 없고 교과목이 편성되어 있지 않으니 학습할 기회가 없다. 대부분의 초등학교 교사들은 아동문학에 관해 단 한차례의 수업도 받아보지 못한 채 교단에 선다.
이처럼 아동문학은 자신의 고유한 영역을 인정받지 못했고, 연구와 비평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아동문학을 둘러싼 일반인의 상식은 국정교과서, 신춘문예, 디즈니 만화영화, 상업적 전집류 등을 통해서 만들어진 일정한 통념을 되풀이한다. 어린이를 순수하고 무구한 존재로만 보는 동심천사주의, 현실의 때가 묻지 않은 어린이에게 기성세대가 인정하는 덕목을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교훈주의 등이 이와 관련된다. 물론 통념도 진실의 한 끝에 닿아 있긴 하다. 그러나 어느 일면을 배타적으로 강조하거나 고정적으로 바라보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동심천사주의와 교훈주의는 문학으로서 함량미달의 작품이 양산되는 통로가 되고 있다. 아동문학은 유치한 것이라는 오해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큰 중 작은 중/지붕 위에 박님/머리 맞혀 자고 있네/사이좋게 자고 있네//큰 중 작은 중/지붕 위에 박님/머리 덮고 주무시지요/모기 와서 뭅니다.”(신맹원, 「박님」, 동아일보, 1935.8.18) 이 작품의 1연은 아이다운 천진함의 발로라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2연에 이르면 아이다움이란 게 유치한 것으로 바뀌고 만다. “보슬보슬 봄비는/새파란 비지/그러기에 금잔디/파래지지요.”(강소천, 「봄비」, 동아일보, 1935.4.14) 여기에서도 인식의 발달을 방해하는 것 외에는 아무 뜻도 없는 유치함이 느껴질 뿐이다. 이렇게 사물의 원리를 모르는 유아적인 발상을 귀엽고 재미있는 것인 양 바라보는 태도가 동심천사주의다.
동심천사주의는 때 묻지 않은 어린이의 심성을 이상화하고 신비화하는 낭만주의에 기원을 두고 있다. 근대 산업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현실의 피로와 중압감을 상상된 전원이나 어린이의 순수성에 기대어 치유하고 구원받으려는 어른의 낭만적 충동이 동심 지향의 문학을 낳는다. 이 지향은 도피와 퇴행 심리로 이어지기 쉽다. 현실과의 긴장을 잃고 막연히 별님, 꽃님, 씨앗, 이슬, 무지개, 비눗방울 등의 상투어를 반복하게 되니까, 결국 세상 이치를 외면하는 혀짤배기소리가 동심인 것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초등교육의 장에서는 여전히 “기차는 기차는 바아보……” “구름은 구름은 요술쟁이……” 식의 유치한 발상을 동심이라고 추켜세우고 있다.
동화 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흙이 벌레를 징그러워하고 거름냄새를 싫어한다든지, 도토리가 나무에서 떨어지면 아플까봐 걱정하는 장면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온다. 이런 작위적인 설정은 작가의 훈계가 개입할 틈을 손쉽게 만들려는 데에서 비롯한다. 결말의 교훈을 위해 얼마든지 자연의 질서를 왜곡하고 삶의 진실을 희생해도 좋다는 발상이다. 이미 정답이 있는 도덕교과서의 예문 같은 것을 문학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다. 동시에서의 동심천사주의와 동화에서의 교훈주의는 언뜻 보기엔 다를 것 같아도 은밀히 제휴한다. 둘 다 어린이를 어른의 통제대상, 하나의 완롱물이자 수동적 존재로 바라보는 ‘식민화(植民化)’의 관점인 것이다.
어린이는 어느 한 군데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존재이며, 역사의 진공지대가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에 발을 딛고 사는 사회적 존재이다. 우리가 ‘동심’을 예찬할 수는 있지만, ‘영원한 어린이’라는 관념에 어린이를 가두어둘 수는 없다. 또한 어린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라 ‘작은 인간’으로서 인생의 한 시기를 살고 있다. 인생의 어느 한 시기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인식하는 것은 잘못이다. 따라서 어린이에게 삶을 진실하게 그려 보이는 아동문학은 낮은 단계의 교육이 아니라 자기완결적인 문학으로서 진지한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아동문학의 단순성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적 장치, 종종 성인문학에는 부족한 어떤 장치’라고 얘기되고 있다. ‘어른 중개자들의 취미, 이데올로기, 모럴, 종교와 맞지 않는 것들이 씻겨나가는 순화 현상은 어린이의 텍스트에 대한 보편적인 방해의 형태’로 간주된다. 아동문학의 형식과 내용이 단순소박하다고 해서 열등하거나 빈곤한 문학으로 치부되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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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학교 교수님께서 쓴 글인데
여러분도 한 번 읽어보세요.
아동문학읽기라는 강의를 들으면서 느낀 거지만
동심천사주의와 교훈주의로 얼룩진 동시나 동화는
그 글을 읽어야할 대상인 우리 아이들을
어른들의 틀 속에 가두어만 두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동문학에 대한 다른 글들도 많이 있으니까요
혹시 더 보시고 싶은 분은 리플에 적어주세요 ^^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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