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차면 자연스럽게 상대 찾고 적당하면 결혼하고 그러는 시대가 아니라
지금은 진짜 모든 것을 걸어야 될까 말까한 상황이라고 봄.
내가 서른 훌쩍 넘었을 때
'와 이렇게 시골에서 농촌아다노총각으로 살다가 독거노인으로 전직해서 돌연사 엔딩 가겠구나.'
싶은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불안함에 매일 술나발 불고 던파 존나하고 담배 두갑씩 피우고 그러다가
존나 우연히 서울에서 어떤 한 아가씨를 만나서 단 둘이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당시 그녀는 명문대 여대생이었고 졸라 이쁘고 서울 살고 그래서
어차피 나 같은 농총아다노총각이랑 무슨 일이 날 리가 없으니까
존나 편하게 술이나 진창 마시자 하고 둘이 보드카 한 병 씩 까면서 개뻘소리 하면서 날밤 깜.
그러고 아 좋은 추억 쌓았다. 내가 여대생이랑 술도 다 마셔보고 그러면서
시골 자취방 와서 회사 - 던파만 존나 열심히 했는데
3일 후에 그 여대생한테 전화와서 막 화를 냄.
보니까 지금까지 그렇게 일대 일로 만나서 3일 동안 생깐 남자가
내가 처음이라는 거야.
그러면서 다신 안 만날거냐고 하는 거야.
그때 딱 드는 생각이
서울 여자들 다 여우라더니 지금 내 간 빼먹을라 그러는구나.
내가 술김에 적금 3천만원짜리 들었다고 흘렸나보다 그래서
보이스피싱 조선족 전화 받는듯한 마음심으로
아 네네 뭐 아니 그건 아니고 하면서 시큰둥하게 대하니까
이 여대생이 약이 바짝 오른거임.
그러더니 이번 주말에 당장 또 보재.
그래서 아 씨 존나 벗겨먹기겠구나 싶어서 나름 머릴 써서
올림픽 공원에서 보자고 함.
거기선 뭐 돈 써봤자 밥값밖에 더 나가겠나 싶어서
그런데 거기서 하루종일 놀고 헤어지는데
내일 일요일이니까 또 봐야하지 않겠냐는 거야.
그때쯤 부터 슬슬 뭐지 시발 나한테 뭘 원하는 건가 싶어서
튕기고 연락 씹기 시작함.
근데 그때부터 밤마다 존나 전화와서 귀찮게 굴고
던파 못하게 하고 막 그러다가 그 다음주에 또 서울로 끌려나가서
같이 술 진탕 마시는데 자기 어떻게 생각하냐고 해서
아 뭐 이쁘고 뭐 착한 거 같고 그러니까
좋아하진 않냐고 해서
뭐 당연히 좋지(이쁜 여대생이니까 라이크 한다는 뜻으로)
그러니까 자기도 좋다고 해서 어 뭐야 시발 이거 하는 마음으로
얼떨결에 사귀게 됨.
그런데 난 이제 시골에서 비료포대 꼬매는 아다 노총각이었고
얘는 취업 준비 한창인 여대생이니까
주말마다 서울가서 데이트 하면 진짜 수십 만원씩 깨지는 거임.
근데 그때부터 '어? 어쩌면 나도 장가를 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고
이게 진짜로 그런 기회라면 난 최선을 다해야겠다.라는 각오를 하게 됨.
그렇게 얘가 대기업 취업 실패하고 무슨 공부를 더 해서 전문직 하고 싶다고 해서
그때부터 교재비랑 학원비랑 그런걸 내가 대주기 시작함.
거기에 매달 왕복 기름값에 톨비에 데이트비용 합치면 100~150만원씩 나가고
그렇게 몇년 뒷바라지 하니까 모아놓은 돈이 완전히 바닥남.
그런데 얘는 시험 계속 최종에서 아깝게 막 2점 차이로 떨어지고 그러는데
하루에 15시간씩 공부만 하니까 몸도 축나고 도저히 안되겠는 거임.
그리고 나도 서른 중반 다 되어가니까 이러다 다 죽겠다 싶어서
결혼하자고 함.
지금 생각해보면 존나 어이없긴 한데
어쨌든 걔는 백수였고 난 직장인이니까
둘이 같이 살고 데이트 비용이랑 공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만 빼도
한달에 200씩은 세이브 될 것 같은 거임.
그리고 그거면 둘이 먹고는 살 것 같다는 계산이 섬.
그렇게 얘기하니까 얘가 내건 조건이
담배 끊을 것, 서울로 올라올 것, 어디 작은 빌라라도 전셋집 구해올 것이었음.
그래서 그날부로 담배 끊고 사직서 내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옴.
근데 이번엔 또 내가 취업이 잘 안되고 둘 다 백수에 고생고생 하다가
그동안 알지롱에 쓴 똥글들 모아서 앱을 하나 만듬.
그리고 거기다가 끝에 내 이력서를 넣음.
날 써줄 사람을 찾는다고.
그런데 이게 갑자기 앱스토어 무료앱 1위를 계속 찍더니
반응이 꽤 괜찮았던 거임.
그리고 몇 군데서 같이 일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고
그렇게 무사히 취업하고 회사지원으로 결혼하고 시골 회사서 받은 퇴직금으로
조그만 전셋집 구해서 결혼한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 애가 열 살이네요.
지금도 가끔 아내가 그때 결혼 안 해줬으면 어쩔 뻔 했냐고 가끔 묻는데
그랬으면 아마 보일러도 안 들어오는 문경 쪽방에서 만취해서 던파하다가 잠들어서 얼어 죽었을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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